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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본 유학기 6>첫 이사, 갑작스러운 귀국, 마무리하며 기숙사를 떠나 처음 시작한 윤희와 저의 집은 일본의 전통 아파트 1층 원룸이었습니다. 역에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아파트 1층, 큰 도로에서 한 골목 안쪽에 있는 오래된 건물로, 우리들은 그곳이 마치 자취 인생의 시작점처럼 느껴졌습니다.첫 이사우리는 이사하는 날 한국에서처럼 같은 라인의 옆집에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불완전한 일본어로 한국에서 유학온 학생인데 잘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인사말과 작은 선물을 준비해 초인종을 누르니, 일본에서는 조금 낯선 문화였는지 “아, 이런 인사를 다 하네?” 라며 의외라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선물을 받아주었습니다. 우리들은 살림살이가 하나도 없던 터라, 천 엔 샵에서 밥그릇부터 수저까지 사야만 했고, 하교 후에는 동네를 돌며 버려진 서랍장, 의자 책상 등을 .. 2025. 7. 3.
<엄마의 일본 유학기 5>일본어 틀려도 부끄럽지 않아, 마무리하며 일본어학교에 입학하기 전, 저는 솔직히 ‘수업이야 어디서나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저 문법 배우고 단어 외우고, 회화 몇 문장 연습하는 정도일 거라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수업 방식부터 학습 분위기, 과제와 평가까지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내가 직접 말하고 움직이는 수업이란 점이었습니다.일본어 틀려도 부끄럽지 않아저희 학교의 정규 수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 4교시로 구성되어 있었고 각 교시는 문법, 독해, 청해, 회화로 반복수업 방식이었습니다. 특징적인 점은, 교사가 설명만 하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매 시간마다 학생 참여가 필수라는 점입니다. 지금의 학교는 어떤지 몰라도 , 그 당시는 교실의 책상이 원형배치로 친구들과 선생님의 거리가 .. 2025. 7. 2.
<엄마의 일본 유학기 4>기숙사에서, 다양한 국적 다양한 생활방식, 마무리하며 일본에 도착하고 기숙사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설렘이 아니라 막막함이었습니다. 관리인이었던 아마 노상에게서 받은 방 열쇠로 방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텅 빈 다다미 방, 작은 창문, 이층 침대.... 그 단순한 풍경 앞에 정말 일본에 왔구나라고 실감했습니다.기숙사에서제가 지낸 기숙사는 일본어학교에서 1시간 거리의 아라카와 강 주변에 있는 2층짜리 건물로, 각 방은 2인실이었고 복도에는 공용 화장실과 작은 주방이 있었습니다. 먼저 도착해 있던 한국 친구들과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미 친해져 있었지만, 늦게 온 윤희와 저만 어색해했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말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복도를 오가며, 누구와도 눈 마주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외국생활이 그렇잖아요. 나가면 다.. 2025. 6. 20.
<엄마의 일본 유학기 3>수업은 하루 4교시, 유학 첫 6개월, 마무리하며 1992년 봄, 제가 다녔던 일본어 학교는 라보일본어교육연구소였습니다. 신주쿠 니시구치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위치에 있었던 라보일본어학교에서의 첫 수업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일본어는 거의 모르던 상태였지만, 선생님은 단 한 마디의 한국어나 영어 없이 전면 일본어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곧 그 방식이 일본어에 몰입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수업은 하루 4교시당시 수업은 하루 4교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진행됐습니다. 매 수업은 철저하게 반복, 실전, 응용 순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첫 시간에는 상황별 새로운 문형을 배우고, 두 번째 시간에는 교실 내에서 짝을 지어 회화를 연습합니다. 세 번째 시간에는 주어진 상황에 맞는 문장을 조합해 발.. 2025. 6. 20.
<엄마의 일본 유학기 2>학교 가는 길, 생존형 일본어 1992년 3월, 저는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일본어로 나오는 방송 자막조차 한 글자도 알아듣지 못했던 저는, 제 키만 한 덜덜거리는 3단 이민가방을 끌고 저녁 무렵에서야 겨우 기숙사에 도착했습니다.기숙사는 학교와 전철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조용한 주택가에 있었으며, 주변으로 아라카와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기숙사의 허름한 다다미 방에는 2층 침대가 있었고, 공용 독서실과 공용 주방, 공용 화장실이 있었습니다.“이게 내 방이구나.” 방문을 닫고 앉은 순간, 머리가 텅 빈 느낌이었습니다. 낯선 타국에서 말은 안 통하고, TV 속 일본어는 빠르고 낯설어 하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기숙사에는 미리 도착한 다른 어학원의 한국 친구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하지만 그들은 미리 일.. 2025. 6. 19.
<엄마의 일본 유학기 1>왜 하필 일본?, 일본의 첫 느낌 안녕하세요. 저의 일본 유학은 벌써 33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잊힌 기억은 접어 두고 인상 깊었던 내용들로 채워보겠습니다. 1992년, 제나이 스물다섯에 처음 일본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그 시절엔 지금처럼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해외 유학은 먼 나라 이야기 같았고, 제 주변에서 그런 선택을 한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혼기 찬 딸내미가 어느 날 갑자기 유학을 간다 하니, 당연히 집안의 반대(특히 아버지)도 심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회사생활을 하며 퇴근 후 디자인 학원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우고 있었는데, 학원 선생님의 권유로 일본유학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디자인 학원과 유학원을 통해, 학원에서 알게 된 동생과 함께 일본유학을 .. 2025.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