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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본 유학기 5>일본어 틀려도 부끄럽지 않아, 마무리하며

by beautyearth2025 2025. 7. 2.

일본어학교에 입학하기 전, 저는 솔직히 ‘수업이야 어디서나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저 문법 배우고 단어 외우고, 회화 몇 문장 연습하는 정도일 거라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수업 방식부터 학습 분위기, 과제와 평가까지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내가 직접 말하고 움직이는 수업이란 점이었습니다.

일본어 틀려도 부끄럽지 않아

저희 학교의 정규 수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 4교시로 구성되어 있었고 각 교시는 문법, 독해, 청해, 회화로 반복수업 방식이었습니다. 특징적인 점은, 교사가 설명만 하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매 시간마다 학생 참여가 필수라는 점입니다. 지금의 학교는 어떤지 몰라도 , 그 당시는 교실의 책상이 원형배치로 친구들과 선생님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서 마치 일대일 수업받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는 했습니다.  예를 들어, 새 문법을 배운 다음 우리들은 곧바로 선생님의 질문을 순서대로 받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3~4명씩 조를 짜서 회화 연습을 시키고, 그 자리에서 바로 간단한 발표나 스피치를 시킵니다. 일단 수업이 시작되면 아는 단어가 없어 더듬거리더라도 친구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자신만의 어휘로 상대에게 내 의사를 전달하려 노력하는 수업들이었습니다. 과제도 독특했습니다. 예를 들어 문형 연습 과제에서 단순히 문장을 써오는 것이 아니라, 다음 날 수업에서 직접 발표하거나 친구와 상황극으로 표현하는 게 필수였습니다. 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상황을 역할극으로 재현하기, 일본 친구에게 이메일 보내는 연습문 쓰기 등 이런 과제는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직접 말하고 몸으로 표현하는 훈련이 되다 보니 금방 익숙해졌습니다. 수업의 핵심은 발표였습니다. 매주 한 번은 짧은 스피치를 했고, 한 달에 한 번은 ‘자기소개’, ‘취미 소개’, ‘일본에서의 생활’ 등 주제를 정해서, 1~2분간 앞에 나가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이 방식은 말을 ‘틀릴까 봐’ 피하는 습관을 줄이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습니다. 시험은 문법, 청해, 작문이 각각 나뉘어 있었고, 기말시험 외에도 출석률과 수업 태도, 과제 제출률이 중요하게 반영되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출석을 성실히 하고 과제와 발표에 적극 참여하면, 시험 점수가 조금 부족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건 한국의 점수 위주 평가 방식과는 다르게 과정을 중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마무리하며

한국에서의 외국어 수업은 대체로 교사가 중심이 되어 설명하고, 학생들은 받아 적고 암기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실수를 줄이고, 문법적 정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죠. 반면 일본어학교에서는 학생이 직접 말하고, 틀리더라도 표현해 보는 것을 우선으로 여깁니다. 예를 들어, 과제를 낼 때도 한국에서는 보통 작문 위주의 필기 과제가 많지만, 일본어학교에서는 직접 말로 표현하거나 역할극처럼 발표하는 과제가 중심이었습니다. 발표에 대한 평가 기준 역시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정답 유무나 문법 오류 여부에 집중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내용 전달력과 태도, 참여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이런 차이 덕분에, 일본어학교 수업은 틀려도 괜찮다는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이 보다 자유롭게 말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말하는 용기를 기르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라고 느꼈습니다. 일본어학교 수업은 지식 중심이 아니라, 소통 중심이었습니다.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구조, 배운 것을 곧바로 입으로 꺼내도록 만드는 방식, 그리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보게 하는 훈련. 이 모든 것이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을 넘어, 생각하는 방식까지 바꾸어준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현지에서 배우는 일본어로 일본 사람들과 대화하고 생활하며, 저는 점점 일본어와 일본의 참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공부가 재밌어지면서 실력도 남들보다 빠르게 좋아졌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