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히로 상:ちひろさん>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치히로의 성장 영화입니다. 가슴 아픈 과거를 감추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려는 용기를 보여주는 치히로가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합니다.
1. 상처투성이 치히로
오늘도 작은 도시락 가게에서, 단골손님들과 자유롭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일하고 있는 치히로는, 손님들의 짓궂은 농담도 잘 받아 줍니다. 거짓말을 싫어하는 그녀는 성인업소에서 일한 과거를 스스럼없이 얘기하며 사람들에게 다가갑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낯설어했지만, 점차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됩니다. 동네 꼬마들이 괴롭히는 노숙자에게 본인의 도시락을 내어주고, 집으로 데려가 목욕도 시켜줍니다. 그 후로 노숙자와 같이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혹시 안 보이면 그의 행방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선입견이 전혀 없는 치히로의 특징입니다. 동네 막돼먹은 꼬마 마코토도 치히로와의 만남을 통해 마음을 열기 시작했는데, 일하는 엄마가 바빠 혼자 밥을 먹는 마코토의 식사도 챙겨주면서, 치히로와 마코토는 특별한 유대감이 형성되어 갑니다. 오카지는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사는 여고생으로, 자유로운 치히로를 우연히 발견한 이후, 그녀에 대해 궁금해하며 치히로에게 다가온 아이입니다. 가출소녀 치나츠는 가정에서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소녀로, 만화를 읽으며 친해집니다. 도시락 가게 안주인 타에는 사람을 과거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모습과 행동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치히로와의 관계에서 편견이 없고 생각이 깊어서, 치히로가 유일하게 존경하고 의지하는, 엄마 같은 사람입니다. 과거의 어른 치히로는 어린 치히로에게 편견 없이 세상을 보게 한 최초의 인물입니다. 어른이 된 치히로가 성인업소에서 쓰기 시작한 치히로라는 예명은, 어린 시절 만난 어른 치히로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인 것입니다. 이렇게 치히로는 마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가족과 같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며,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해 나갑니다. 그녀가 마을 사람들과 나눈 작은 순간들은 서로에게 큰 의미가 되었고, 그녀는 사랑과 따뜻함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치히로는 엄마의 부고 소식에도 엄마에게 가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할 만큼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부족했고, 커서는 성인업소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을 정도로 가족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치히로는 이제 외롭지 않습니다. 이도시에서 정착해도 될 만큼 그녀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도시락 가게 타에는 떠나려는 치히로를 붙잡으려 애쓰지만, 아직 치유가 덜 된 치히로는 남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새로운 곳, 새로운 인연을 찾아 떠납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면서, 과거에 갇혀있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치히로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2. 치히로에서 아야로
< 치히로 상:ちひろさん>여러 번 반복해서 볼수록 느낌이 다른 영화입니다. 과거의 아픈 나를 활짝 열어 모든 이에게 보여주며,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는 치히로의 용기... 감추는 것 없고 솔직한 치히로이기에 사람들은 그녀를 궁금해하고, 그녀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겁니다. 치히로는 과거 성인업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지만, 이를 숨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밝히면서 살고 있는 자유롭고 솔직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편견 없이 다가가는, 따듯하고 배려 많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마을에서 만난 외로운 소년 마코토에게도, 세상과 단절된 소녀 치나츠에게도,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힘들어하는 오카지, 그 누구에게도 자연스럽게 진심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조용하고 속 깊은 타에와의 관계에서는 치히로가 스스로를 사랑하게 하고 치유받으며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렇게 치히로는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전부가 아님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그녀와 관계있는 사람들 역시 그녀를 통해 변화하게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해 가도록 도와줍니다. 결국, 치히로상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용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치히로상은 사람을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모습으로 바라봐야 하며, 누구든 새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3. 느낀 점
우리는 과연 치히로처럼 솔직하고 당당할 수 있을까요? 세상을 그 어떤 잣대도, 편견도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요? 의문입니다. 생각해 봅니다. 지나가는 노숙자를 불러 세워, 내 도시락을 건네고 옆에 앉아 밥상대를 해줄 수 있는지... 또 냄새나는 노숙자를 내 집으로 들여 손수 목욕을 시켜줄 수 있는지... 길에서 쓸쓸히 떠난 그를 위해 무덤을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어렵겠습니다. 우선 그럴 용기가 없습니다. 그를 불러 세울 용기가 없습니다. 너무나 산뜻하고 무덤덤하게 옆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그 세련됨이 놀랍습니다. 상처는 받은 사람이 주는 법이고,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사랑할 줄 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치히로는 아니었습니다. 사랑 못 받고 상처 많은 사람이었지만, 사랑할 줄 알았고 누구에게나 관심과 사랑을 주려했습니다. 치히로를 통해 주변을 돌아보고 동전 한 잎만큼 더 사랑 주는 삶이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