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단팥 인생 이야기>는 벚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풍경으로 시작합니다. 봄장면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는 몽글하게 튀어 오르려는 마음을 차분하게 내려앉게 해 줍니다. 하루하루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1. 줄거리
센타로는 아침이면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 습관처럼 담배 한 대 피우고, 습관처럼 도라야키 가게로 향합니다. 요시이 도쿠에라고 하는 76세의 할머니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그렇게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11시경 오픈해서 도라야키를 구워내면 주변 중학교의 여학생들이 2~3명 들어와 맛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그저 그런 도라야키를 왁자지껄 떠들며 먹습니다. 적당한 굽기의, 적당히 밋밋한 맛의 빵. 어제가 오늘인 듯 오늘이 또 내일이 되는, 그런 변함없는 하루하루는 센타로의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말해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76세의 나이 많은 할머니 요시이 도쿠에 아르바이트 모집 중인 센타로의 도라야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을 꺼냅니다. 하지만 센타로는 할머니인 도쿠에가 부담스러웠기에 싼 시급을 핑계로 거절합니다. 도쿠에는 아쉬워하면서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갑니다. 이곳에서 종종 도라야키를 사 먹던 중학교 3학년 여학생 와카나도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며칠 후 다시 찾아온 도쿠에 할머니는 본인이 직접 만든 팥앙금을 건네고 훌쩍 가버립니다. 센타로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팥앙금을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가, 다시 주워 맛을 본 후 그는, 도쿠에 할머니의 팥앙금 맛에 깜짝 놀랍니다. 그렇게 센타로와 도쿠에 할머니는 함께 일을 하기로 합니다. 도쿠에 할머니는 단순히 팥앙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팥을 씻고 삶는 모든 과정마다 무사히 자라나 나에게 와준 자연의 모든 것에 감사하며, 4~5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끓여서 아주 맛있는 수제 팥앙금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녀의 수제 팥앙금 덕분에 센타로의 도라야키는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점 인기를 얻게 되고, 개점 전부터 줄 서는 가게가 됩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들이 흘러가던 어느 날, 가게의 원주인이 도쿠에 할머니가 과거 한센병(나병)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도쿠에 할머니의 나병(한센병)이 소문이 나면서, 그렇게 인기 있던 도라야키를 사람들은 외면하기 시작했고, 아무도 찾지 않는 도라야키 가게가 되어 버립니다. 결국 도쿠에 할머니는 가게를 떠나고, 센타로도 예전의 침울한 센타로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처럼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센타로는 도쿠에 할머니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언어를 가졌어요. 아무 잘못도 하지 않고 살고 있어도, 타인을 이해 못 하는 세상으로부터 짓밟힐 때가 있어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도 있지요" 도쿠에 할머니를 지키지 못한 미안함에 우울했던 센타로를, 오히려 위로하는 할머니의 편지에 스스로를 더욱 자책하는 센타로입니다. 그 후 어느 날 중학생 와카나가, 키우던 카나리야를 맡아 달라며 센타로를 찾아오고, 둘은 도쿠에 할머니의 한센병 요양소를 찾아갑니다. 그렇게 재회한 세 사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센타로, 모두 이해한다며 충분히 행복했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위로하는 도쿠에 할머니, 카나라아를 부탁하는 와카나, 그리고 한센병 요양소 그 안에서 밝은 삶을 살고 있는 다른 한센병 환자들을 보면서 센타로와 와카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쿠에 할머니가 떠난 도라야키가게는 여전히 장사가 안 되는 날의 연속인데, 그러던 어느 날, 원가게 주인이 나타나 의논도 없이 자기 조카와의 동업을 요구하며 가게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깁니다. 낙담한 센타로는 도쿠에 할머니에게 편지를 쓰고 와카나와 함께 한센병 요양소로 도쿠에 할머니를 만나러 갑니다. 하지만 센타로와 와카나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사흘 전 세상을 떠난 도쿠에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유골이 묻힌 곳에 외로이 서있는 할머니의 벚꽃나무 한그루. 도쿠에 할머니를 만나고 또 그렇게 할머니를 보내면서 새롭게 태어난 센타로는, 다시 활짝 피어난 벚꽃나무 아래에서 "도라야키 사세요"를 외치며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2. 느낀점
<앙:단팥 인생 이야기>는 도쿠에 할머니의 팥앙금에 대한 열정, 사랑으로 시작되지만 안으로 들어 갈수록 목이 메는 슬픔으로 가득합니다. 한센병이라는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병을 갖게 되면서 겪었을 차별, 가족과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들, 겪어보지 않고는 절대 모를 자연의 감사함 등, 수많은 메시지를 줍니다. 이야기는 아주 흔한 도라야키 속에 들어가는 팥앙금의 이야기로, 기성품 팥앙금을 받아 쓰며 아무런 죄책감 없이 도라야키를 팔고 있는 센타로에게, 수제 팥앙금의 중요성을 알려주면서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세상의 모든 것들이 모두 다 소중하다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또 도쿠에 할머니를 통해 평생을 한센병 요양소에서 갇혀 지내면서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한센인들의 삶, 그들의 삶이 얼마나 치열했을지를 보여줍니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었다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부터, 살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까지, 스치는 모든 것이 너무도 소중한 도쿠에 할머니와 심드렁하게 세상 모든 것에 관심 없는 센타로의 상반된 삶의 태도.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면서 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가는 과정들이, 타인에게 냉정하고 무관심한, 오늘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반성을 하게 합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을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감사를 모르고 사는 우리, 좀 더 나를 돌아보며 주변에 감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가 아닌, 내가 아닌 우리가 돼야 한다는 울림을 주는 영화로 <앙:단팥 인생 이야기>를 추천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