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활 중 공부와 아르바이트 중간중간 친구들과 볼링을 치거나, 가라오케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었습니다.
그 시절 음악과 드라마
그 시절 저와 친구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는 대부분 일본의 대중가요였습니다. 테레사텐과 계은숙의 애절한 엔카를 좋아했으며, 차지 앤 아스카 say yes, 자드 負けないで, 나카야마 미호 世界中の誰よりもきっと, 이마이 미키 piece of my wish, 오구로 마키 tender rain, 와타나베미사토 My Revolution, 우타다 히카루 first love 등 노래들은 당시 J-POP을 대표하는 곡들이었고, 대부분이 인기 드라마의 주제가로 사용되어 자연스럽게 익숙해졌습니다. 음악은 단순한 노래가 아닌 일본어를 몸으로 익히는 하나의 방식이었고, 때론 마음을 울리는 가사 한 줄이 외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야마구치 모모에의 코스모스와 さよならの向こう側、いい日旅たち는 부를 때마다 코끝이 찡한 노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일본 드라마도 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본어 교과서였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의 말투, 표현방법 같은 것들을 따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언어의 리듬과 감정을 빠르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 방송 문화에서 낯설고 놀라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특히 지상파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한국과 다른 노출 수위는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심야 방송이 아닌 시간대에도 과감한 설정이나 장면들이 종종 등장했고, 처음에는 ‘이게 정말 일반 방송에서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웠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성인 AV 배우들이 버라이어티나 드라마에 출연해 활약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일본 사회에서는 이들을 하나의 연예인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마무리하며
그 문화적 차이는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유학 시절, 일본에서 구입했던 CD들은 지금도 제 책장 한편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당시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CD를 사기 위해 몇 주치 아르바이트 수당을 아껴 쓰기도 했고, CD 케이스를 소중히 닦으며 가사를 외워 따라 부르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음악을 음원 서비스로 간편하게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렸지요. 덕분에 손에 닿지 않던 그 시절의 노래들도 언제든 다시 들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먼지가 내려앉은 CD들을 볼 때마다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떠오릅니다. 오랜만에 그 시절 노래들을 음원으로 들으며 이 글을 쓰다 보니, 청춘이었던 그 시절의 제가 그리워집니다. 요즘은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어 정말 좋은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예전에는 자막 없는 VHS 테이프를 친구들과 돌려 보거나, 드라마 한 편을 보려면 TV 앞에 시간 맞춰 앉아 있어야 했는데,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작품을 선택해서 볼 수 있습니다. 예전보다 기술은 좋아졌지만, <롱 바케이션>,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러브 제너레이션> <뷰티플 라이프>, <히어로>등 그 시절의 일본 드라마가 주는 따뜻함과 정서, 그리고 그 안에 흐르는 인간미는 여전히 저를 끌어당깁니다. 아직도 그 시절의 노래를 부르고 드라마를 보며 웃고 울었던 그 시간들은 여전히 제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음악과 영상 속에는, 일본에서 보낸 젊은 날의 제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