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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본 유학기 21>졸업 그리고 진학, 마무리하며

by beautyearth2025 2025. 7. 17.

일본 유학 2년째가 되던 해, 저는 일본어학교 상급반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일본 땅을 밟았을 때는 간단한 일상 회화조차 버거웠는데, 어느덧 뉴스 기사나 신문 사설을 읽고, 일본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어 있었습니다. 그해 겨울, 진학을 앞두고 있던 저는 다시 한번  JLPT 일본어능력시험 1급 시험을 봐야 했습니다. 시험은 1993년 12월에 치렀고, 문자·어휘 94점, 청해 100점, 독해·문법 191점. 총점 385점으로, 진학에 필요한 기준은 달성한 점수였습니다. 작년의 경험이 있었던지라 긴장 없이 시험을 치른 결과로는 만족스러운 점수였습니다. 두 번의 JLPT시험과 두 번의 1급 합격은 단순한 자격증을 넘어, 제게 일본에서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졸업 그리고 진학

JLPT 1급 결과가 나오고, 일본어학교의 마지막 학기가 끝나갈 무렵. 드디어 일본어학교 졸업식이 다가왔습니다. 졸업식 당일, 교실에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처음 만났을 땐 말 한마디 겨우 나누던 친구들이, 이제는 서로의 꿈과 고생을 알 만큼 친한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은 마치 자신의 자녀들을 떠나보내는 듯한 눈빛으로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건네주셨고, 기쁘면서도 아쉬운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작별 인사를 나눴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언니는 계획했던 대로 문화복장학원으로 진학했고, 어떤 선배는 제과제빵 전문학교로 진학했습니다. 또 어떤 친구는 4년제 대학으로 진학했고, 몇몇은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함께 지내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고, 함께 공부하며 미래를 응원해 주던 친구들이었기에, 헤어짐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진학 예정이었던 3년제 텍스타일 전문학교에 합격증과 성적표를 제출하고 필기시험과 면접을 무사히 마친 후, 1994년 4월부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문학교에는 또다시 새로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입학한 어린 일본 학생들과, 저처럼 다른 일본어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해 온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들, 그리고 한국 친구들.. 나이도 배경도 달랐지만, 모두가 텍스타일 디자인을 배우고자 모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을 보며 그동안 겪었던 외로움이나 낯섦은 잠시 접어두고, 앞으로 펼쳐질 배움의 시간 속에서 새로운 인연과 추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무리하며

 

전문학교는 예상보다 훨씬 실무 중심이었고, 첫 수업부터 본격적인 실습이 이어졌습니다. 교재도 수업도 일본학생들과 똑같은 수업을 받다 보니, 가끔은 강의내용을 놓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주입식 교육에 익숙했던 저로서는 창의적인 디자인이 살짝 버겁기도 했지만, 머리보다는 손으로 직접 천을 만지고, 염색하고, 패턴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일본 학생들과 나란히 앉아 공부하면서, 제가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넘어서, 하나의 동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감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전문학교 입학은 단지 학교를 옮긴 것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본어를 배우는 학생으로서 기본 기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전문기술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실력을 쌓아야 하는 시기가 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시기는 일본에서의 유학생활이 가장 의미 있게 확장되던 순간이었습니다. 언어를 넘어서, 기술과 직업,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마주하게 된 계기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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