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엄마의 일본 유학기 19>시간의 엄격함과 정확성, 마무리하며

by beautyearth2025 2025. 7. 15.

일본 유학 시절, 저에게 인상 깊었던 문화 중 하나는 ‘시간’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라고 자부했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은 그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규칙적이었습니다. 특히 아르바이트와 대중교통을 경험하면서 그 차이를 실감했었습니다.

시간의 엄격함과 정확성

제가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곳은 작은 일본 전통 이자카야였습니다. 매일 출퇴근 카드를 찍고 2주에 한번 아르바이트비를 정산받는 식이였는데, 출근카드를 1초라도 늦게 찍으면 30분 분의 아르바이트비를 차감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의 생활은 늦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평소 시간을 잘 지키는 려 애쓰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의 생활은 정확함을 넘어서, 정시보다 먼저 도착이 기본 예의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어느 약속이든 10~20분 미리 도착은 기본으로 습관화된 것은 아마도 그 시절의 영향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은 대중교통에서도 시간에 대한 그들의 철저함은 두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 이미 일본의 버스 정류장에는 정교한 시간표가 붙어 있었는데, 처음엔 설마 시간 맞춰 오겠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 시간에 맞춰 정확히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심지어 눈이 오거나 비가 와도 큰 오차가 없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앉아 있다 보면, 중간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하차를 준비합니다. 우리나라는 일어나 문 근처에서 대기하는 것이 당연시되어 있지만, 일본은 일어나면 앉으라 경고를 합니다. 안전 운행을 위해 완전히 정차할 때까지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것이 기본이었던 것입니다. 택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인들이 처음 일본에서 택시를 이용할 때 하는 실수가, 문을 손으로 열고 닫는다는 겁니다. 일본 택시는 대부분 자동문 시스템이므로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내릴 때도 기사님이 안에서 문을 열어주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 그걸 모르고, 내릴 때 손으로 문을 꽉 닫아버렸더니, 기사님이 놀라기도 했었습니다. 그 후로는 집에서 가족들이 놀러 와 택시를 타게 되면, 문을 열거나 닫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리라고 얘기해 줬었습니다.  버스뿐 아니라 전철도 정확성에서 뒤지지 않았습니다. JR 야마노테선이나 도쿄메트로 등 대부분의 전철은 시간표 그대로 운행되며, 지연이 생기면 반드시 그 이유와 사과방송이 나옵니다. 지연증명서라는 것도 존재해, 직장이나 학교에 보여줄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하철이 3~5분 늦으면 별 일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그것이 큰 사건처럼 다뤄진다는 점에서, 그들이 시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일본에서 시간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존중과 신뢰의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의를 중요시하는 그들에게 있어 시간에 철저한 태도는, 한 사람의 성실함을 넘어 사회 전체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숨 막히고 딱딱하게 느껴졌던 그 정교함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주는 질서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간 개념은 단순히 직장이나 교통 시스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의 약속, 학교 수업, 병원 예약, 심지어 택배 도착 시간까지 철저히 지켜지는 모습 속에서 일본 답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습니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일본에서의 유학 생활은 제게 언어와 문화뿐 아니라 생활 태도 자체를 변화시키는 계기였습니다. 젊은 날의 그 시간들을 보낸 후, 시간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변했습니다. 누군가와 약속을 정할 때, 미리 준비하고 10분 이상 먼저 도착하는 습관은 물론,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지 않기 위해 애씁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코리안 타임이 거의 없어지긴 했지만 예전에는 시간개념이 정확하지 않았었지요. 나쁜 습관은 쉽게 몸에 붙지만, 좋은 습관은 피나는 노력을 해야 고쳐지는 법이고요. 저는 일본에서 시간을 잘 지킨다는 것이 단순히 성실함을 넘어서 신뢰, 배려, 질서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한 개인의 시간 개념이 사회 전체의 리듬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직접 체감했던 유학생활이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시간에 대한 배려를 신경 쓰게 된 건, 일본 유학 시절이 제게 남긴 가장 값진 습관 중 하나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