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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본 유학기 17>몸살과 방광염, 마무리하며

by beautyearth2025 2025. 7. 12.

일본에서의 유학생활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언어, 생활, 아르바이트, 학업… 그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습니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제 몸의 작은 신호들을 무시하곤 했었습니다.

몸살과 방광염

그러던 어느 날 아침부터 몸이 으슬으슬 떨리더니, 오후가 되자 이마가 뜨거워지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열을 재보니 38도 중반이 넘는 고열이었고, 온몸에 힘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학교 수업도 빼먹을 수 없고, 아르바이트도 빠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무리해서 하루를 버티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일본 친구가 조용히 건네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마에 붙이는 열 내리는 파스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었는데 붙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마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순간적으로 몸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완치를 위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 작은 시트 하나가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뒤, 열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그동안 무리한 탓인지, 이번에는 소변을 볼 때마다 겪어 본 적 없는 통증과, 잦은 배뇨 증상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통증이 심해지며 공부는 물론 일상생활도 힘들어졌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근처의 동네 내과를 찾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병원 시스템은 처음 이용해 보는 것이어서 낯설고 긴장되었습니다. 접수창구에서 외국인등록증을 제시하고, 간단한 증상을 메모지에 적어 건넸습니다. 다행히 간호사분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며 접수를 도와주셨고, 대기실에 앉아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천천히 증상을 묻고, 소변 검사 후 진단을 해주었습니다. 그 결과는 다행히 방광염이었습니다. 감기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과로가 겹쳐, 염증이 생긴 것이라며, 초기에 병원을 찾은 덕분에 항생제를 포함한 약을 며칠간 복용하면 좋아질 거라 했습니다. 진료가 끝난 뒤, 약을 처방받고 2~3일 먹었더니 나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겪어본 적 없던 그날의 찌릿했던 방광염의 고통과 병원사람들의 친절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일본에서는 약국 외에도 일부 약을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해열제, 감기약, 소화제 등 1~2단계의 일반 의약품은 약사가 없는 매장에서도 구매가 가능했습니다. 처음에는 편의점에서 약을 판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바쁜 일본인들의 생활방식을 반영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약국 운영시간 외엔 약을 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비교적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약들이 있어 생활의 편의성이 높았습니다. 특히 밤늦게 열이 오르거나 갑작스러운 통증이 생겼을 때, 슈퍼에서 간단한 약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유학생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일을 겪으며, 유학생활에서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젊다고, 바쁘다고 몸을 돌보지 않으면 금세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는 걸 몸소 경험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무리하지 않고,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귀를 기울이기로 다짐했습니다. 특히 방광염의 그 고통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지금까지도 무리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유학생활은 몸이 자산이라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이 실감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흔해져서 저희 아이들에게도 많이 썼던 그 열 내리는 시트를 보면 그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작은 파스 하나가 건넨 위로, 그리고 방광염으로 방문했던 동내 내과병원,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돌아보면 한층 단단해진 유학생활의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