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まんびきかぞく>은 단순한 가족 영화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가족 개념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이 영화는, 관객에게 긴 여운을 남깁니다.
1. 가족
도쿄의 낡은 주택에서 살아가는 다섯 명의 구성원인 이들은 모두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우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모여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살아갑니다. 가장인 오사무는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며, 때때로 어린 소년 쇼타와 함께 마트에서 소매치기를 하며 생계를 이어갑니다. 그의 파트너 노부요는 세탁소에서 일하며, 할머니 하츠에는 연금을 받아 가족 생계에 보탭니다. 젊은 여성 아키는 성인 클럽에서 일하며 독립적인 삶을 추구합니다. 어느 추운 겨울밤, 오사무와 쇼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발코니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어린 소녀 유리를 발견합니다. 학대받고 있는 흔적이 역력했던 유리를 가족은 일단 보호하기로 하고, 본래 가정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함께 살기 시작합니다. 유리는 이들 가족과 함께 일상을 나누며 조금씩 웃음을 되찾고, 쇼타와는 진짜 형제 같은 우애를 쌓아갑니다. 그러나 어느 날, 뉴스에 유리의 실종 사건이 보도되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가족의 균형이 흔들립니다. 마트에서의 소매치기 중 쇼타는 경찰에 붙잡히게 됩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절도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그가 소지하고 있던 주소와 가정환경에 대한 정보로 인해 이 ‘가족’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됩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쇼타가 법적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살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들의 과거와 관계가 하나씩 밝혀집니다. 우선, 오사무와 노부요는 쇼타를 친자식처럼 키워왔지만, 그가 실제로는 버려진 아이였고, 법적으로 입양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유괴’에 가까운 상황이었음이 드러납니다. 마찬가지로 유리 역시, 본래의 부모로부터 구조한다는 명분으로 데려왔지만, 신고도 하지 않고 가족처럼 함께 살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감금’과 ‘유괴’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됩니다. 경찰의 압박 속에서 구성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오사무와 노부요는 결국 체포되어 심문을 받습니다. 특히 노부요는 경찰 조사에서 감정이 북받쳐 “사랑해서 데려왔다”라고 말하며 유리를 지키고 싶었던 진심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세상은 이들의 감정을 고려해주지 않고, 그저 법적인 책임만을 묻습니다. 이 과정에서 쇼타는 아동 보호 시설로 보내지고, 유리는 본래의 친가정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유리의 부모는 이전과 다름없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관객은 그녀가 과연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한편, 쇼타는 오사무가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오사무를 “아빠”라고 부릅니다. 오사무는 쇼타를 면회하며 “진짜 가족이 되고 싶었어”라고 말하고, 쇼타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며 그의 손을 붙잡습니다. 둘 사이에 흐르는 침묵은 오히려 깊은 유대와 사랑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혈연을 넘는 인간관계의 진심을 표현합니다.
2. 느낀 점
<어느 가족:まんびきかぞく>을 보고 가장 깊게 남은 감정은 가족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혈연도, 법적인 관계도 없지만 서로를 위해 밥을 차리고, 일상을 나누고, 아픔을 함께 견디며 살아갑니다. 이들은 분명 사회의 기준으로는 정상적인 가족이 아니며, 심지어 범죄자 취급을 받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속에서 더 인간적인 온기와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쇼타가 붙잡힌 후, 오사무와의 면회 장면은 많은 것을 말하지 않지만,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진짜 가족이 되고 싶었다는 말은 뭉클함을 넘어 마음을 울리는 대사였습니다. 영화는 혈연, 제도, 도덕이라는 틀을 넘어 사랑과 돌봄이 진짜 가족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조용하게 전합니다. 보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