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본 유학기 11>동네 공원, 까마귀 떼, 마무리하며
토요일 아침, 알람 없이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기숙사도 아니고, 더 이상 룸메이트도 없는 조용한 원룸.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했지만, 그 고요함은 처음엔 낯설고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점점 그런 시간들이 제 자신과 단둘이 있는 소중한 순간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하루를 설계할 수 있는 시간. 그건 일본에서 처음으로 느껴본 고요한 자유였습니다.동네 공원토요일에는 느지막이 일어나 대충 아침을 해결한 후, 자전거를 타고 집 근처의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줄지어 선 아름드리나무들이 양쪽으로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고, 페달을 밟으며 천천히 나무 사이를 지나갈 때면, 마음까지 조용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전거 소리, 바..
2025. 7. 7.
<엄마의 일본 유학기 9>1년 취학비자 갱신, 일상 속에서도, 마무리하며
일본에 도착했을 때, 제게 가장 먼저 다가온 정체성은 ‘학생’이 아니라 ‘외국인’이었습니다. 서툰 일본어로 관공서에 서류를 내밀고, 근처 이웃에게 인사를 건넬 때마다, 겉으로는 정중하지만, 어딘가 미묘한 거리감이 존재했습니다. 특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너는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는 조용한 선을 긋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1년 취학비자 갱신1년이 지나, 저는 취학비자 갱신을 위해 도쿄 입국관리국(入国管理局)을 찾았습니다. 한국에서 학생증 하나로 학교에 다녔던 과거와 달리, 여기서는 1년마다 내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대기실은 차가운 형광등 아래, 조용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공간이었습니다. 줄지어 앉은 외국인들의 얼굴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인 분위기는 ‘심사..
2025. 7. 5.